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서른두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달자의 독서

by 오달자 2020. 2. 19. 06:00

본문

서른 두살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지금에야 서른 두 살의 나이가 노처녀라 칭하지 않다지만,70 년대 생인 제가 서른 두살인데 시집을 안가고 있었다면 보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입 댔을 나이.

서른 살 되던 해에
달자는 서른을 넘길까봐 두려워 일사천리 결혼을 하게 되었고 서른 두살에, 첫 애를 낳았습니다.

<서른 두살 여자,혼자 살만합니다> 에 나오는 주인공 구미코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다니다가 회사가 도산하게 되자 파견직으로 전전긍긍 생계를 이어 가게 됩니다.
대학 동기 오사무와 6 년 동거를 했지만 오사무의 청혼을 거절하자 오사무는 다른 여성을 만나게 되어 구미코는 거리로 내몰리기 직전입니다.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귀농하여 성공한 어떤 여성의 성공 스토로리를 보고는 농사에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현립 농업 대학에서 취농자 과정도 이수하고 농사를 지으려고 농지를 빌리러 백방을 돌아다녀보아도 보증인 하나 없는 빈털털이 구미코에게 농지를 내어 주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 책에서 느낀 거지만 일본은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여자 혼자 무슨 농사를 짓는단 말인가?
라는 인식이 한국보다 더 봉건적인 일본 농촌 사람들의 태도에 짜증이 날정도로 답답한 현실이더군요.
우연히 구미코는 대학 선배의 모친의 도움으로 살 집도 얻고 우여곡절 끝에 농지를 빌렸으나 농사라는 게 만만치 않음을 새삼 느낍니다.

P199~현대인 대부분이 농업을 모른다.밖에서 사 온 음식을 먹고 매장에서 사 온 옷을 입고 마트에서 사 온 세제로 집을 청소한다.자원에는 한계가 있는데 대량 소비사회는 멈출줄 모르고 달려간다.물건을 그저 사고 버리는 생활은 허무할뿐더러 지구의 수명도 줄인다.현대인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직감이나 지혜를 버리고 조금만 몸이 안좋다 싶으면 의사를 찾아간다.회사에 다닐 때도 노동에 걸맞는 임금을 받지 못했고 사장만 돈을 벌었다.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회사에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 생활은 수입은 적어도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날이 많았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다 빠져나감으로써 정작 농사를 지을 인력이 모자라는 것은 우리나라 실정도 마찬가지인듯 싶네요.
주인공 구미코는 도시의 찌들린 직장 생활보다는 농촌의 삶이 훨씐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고 농사를 시작했지만 농사라는 게 어디 하루 아침에 잘 될리가 없죠.

농사 지은 수익으로는 생활이 안되어 구미코는 마트에서도 알바를 하며 근근히 생계를 꾸려가는데, 느닷없이 이웃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여자 혼자 사는 건 힘들어.믿고 기댈 수 있는 남자가 있어야 해.."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녀평등에 있어서 아주 뒤떨어지는 문화가 책 읽는 내내 엿보입니다.
결국은 안정적으로 결혼을 해야만 노후가 두려지 않고 굳이 여자 혼자 자립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고 이웃들은 하나같이 구미코에게 결혼을 권합니다.

홀홀 단신 구미코는 농사를 지으면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을 통해 각 자의 삶을 인정해주고 더 나아가 농사의 판로를 열게 되어 진정한 자립을 이루게 되는데요.

이 책을 읽다보니 일본 소설이 아닌 한국 소설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한국의 정서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1세기가 열린지 벌써 20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자가 뭐~~"
"여자가 뭘 해?"
말끝마다 "여자가!" 라는 수식어가 난무하는 게 현실입니다.
딸들만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이러한 불평등의 인식들은 하루 빨리 없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결혼을 꼭 하지 않고서도 혼자서 씩씩하게 농사를 지어 자립의 꿈을 끝내 이룬 구미코의 삶이 한층 더 돋보이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대리 만족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