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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달자의 독서

by 오달자 2020. 1. 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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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운좋게도 세바시 강연엘 참석하게 되었는데요.
그 때 강연자 중 한 분이신 은유 작가님의 강연을 듣고 바로 읽었던 책입니다.

이 책은 장시간 노동과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실습생 김동준 군의 죽음으로 출발해 김동준 어머니,사건 담당 노무사,사고로 목숨을 잃은 현장실습생을 둔 아버지,교육.노동담론에서 배제되는 직업계고 (특성화고,마이스터고재학생,졸업생들의 인터뷰를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은 억울하게 죽은 현장실습생들의 죽음을 규명하고 애도하는 것에 그치지않고 그러한 일들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열악한 현실과 소위 말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 일상의 무감각한 사회 인식, 청소년 노동자들에게 쳐해지는 위험한 노동과 죽음이집중되는 사회를 '목격자'은유 작가가 섬세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P12~가장 약한 자를 독살시킨다.
얘들아, 너무 착해도 이 나라에서 살기 힘들다. 적당히 싸가지도 부리고 개기기라도 해야지 묵묵하게 일만 하면 호구로 보고 갈구기만 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때리거나 건드리면 너는 더 때려라. 이게 팩트다. 약한 모습 보이지 말고. 세상이 그래. 더 강해져라.

2018년, 스물한 살 산업기능요원의 죽음을 다룬 한 공중파 프로그램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무엇이 이토록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고 가르쳐야 한단 말 일까요?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해 너무 늦게 도착한 조언이 쓸쓸하고 애달프다고 써 놓은 글을 보면서

과연 내 자식에게도 착하게만 살라! 고 당당히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비단,특성화고 학생의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져 있는 폭력의 심각성은 학년이 점점 더 내려가고 있어요.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동급생에게 가해지는 폭력성이 놀랄 정도로 요즘 아이들은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풍토가 그져 무섭기만 합니다.

P17~그러니까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일상 영역에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흔적이 남아있다. 흩어진 사고의 기록을 모아놓으면 공통의 문제점이 보인다.
사회초년생으로서 초반 적응 시스템이 없이 현장에 투입됐다는 것, 기본적인 노동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모두가 꺼려하는 일이 조직의 최약자인 그들에게 할당됐다는 것, 학교에서도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자신의 고통을 공적으로 문제 삼는ㅈ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전교육을 받기 보다 '이런저런 거 조심하라' 는 식으로 말 몇 마디를 듣고 반고 업무에 투입되었고 욕설과 명령 등 비인간적인 대우에 노출됐다.노동에 단련되지 못한 서툰 몸으로 야근까지 감당했다.학습도 실습도 아닌 중노동에 심신이 극도로 피폐해진 상태에서 그들은 사고를 당하거나 자기 구제로서 죽음을 택했다.

현장실습생들은 그져 말 그대로 일을 배우는 학생신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에게 어른들과 똑같은 일을 하라고 합니다.
알고 보면 아직 엄마,아빠 손이 많이 필요한 우리네 자식들인데 말이죠.
현장실습시에는 무조건 직원의 감독하에 이루어져야하는데 기본적인 원칙조차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것이 서글픈 현실입니다.
노동인권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현장실습생 아이들의 알지 못하는 죽음은 그져 쉬쉬하기 급급하고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질 않고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일이 허다합니다.
기본적인 메뉴얼만 지켰어도 허무하게 아이들을 그렇게보내지는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을 감히 이해한다...라고는 말을 못할 정도로 유가족들의 심정은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과함께 당신들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힘없이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그져 자책만 할 뿐입니다.
왜 이 사회는 메뉴얼 체계가 없는건지...
아니 있어도 지켜지지 않아서인거죠.
법을 잘 지켜야한다고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교육을 시키면서 정작 법을 만든 어른들은 법을 지키지 않으니 매 번 불행한 사고가 이어지는것 같습니다.

세상 그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목숨은 없습니다.
그 대상이 현장실습생이든 학생이든 모든 사람의 인권은 소중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면 이러한 억울한 죽음으로 내몰리진 않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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