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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달자의 독서

by 오달자 2019. 9. 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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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휴무일 서점에 들러 구입했던 김 훈 산문집  <연필로 쓰기>

이 책에는  1부 "연필은 나의 삽이다."편에는 작가가 사시는 곳 일산 호수공원에서 하루 일과와 함께 이순신에  관한 이야기.동거차도에서 다녀온 경험을 읽기 쉽게 써 내려간다.
그 중 1부에서 제일로 재미난 얘긴  "똥"에 관한 얘기.(똥 얘기는 나중에 자세하게 하기로 하고.)

2부 부제는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
박정희와 비틀즈가 동시대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또한 2 부에서의 하이라이트 글은 칠곡,곡성,양양,순천 할매들의  글을 읽고 느낀 점을 쓴 부분이다.

3부에서는 " 연필은 짧아지고 가루는 쌓인다."
3부에서는  말이 갖는 중요한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며 유년시절  가졌던 공차기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이국종 교수의 이야기를 "생명의 막장"이라는 부제로 풀어가는 이야기, 평양 냉면을 먹으면서 풀어낸 분단의 아픈 이야기,옛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등 어느 소제목 이야기마다 헛투로 읽고 넘어 가지 않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김훈 작가의 필체가 돋보이는 산문집이다.

P72~날이 저물고 밤이 오듯이, 구름이 모이고 비가 오듯이,바람 불고 지듯이 죽음은 자연현상이라서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 다짐하지만, 그런 보편적 운명의 질서가 개별적 죽음을 위로할 수 없다.
작가는 여러 문상을 다니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산자들에 대한 태도와 상가집에서의  에피소드 등을 통해 죽음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P74~너무 늦기는 했지만, 나이를 먹으니까 자신을 옥죄던 자의식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나는 흐리멍덩해지고 또 편안해진다.이것은 늙기의 기쁨이다.늙기는 동사의 세계라기보다는 형용사의 세계이다.날이 저물어서 빛이 물러서고 시간의 밀도가 엷어지는 저녁 무렵의 자유는 서늘하다.이 시간들은 내가 사는 동네. 일산 한강 하구의 썰물과도 같다.
이 흐린 시야 속에서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선연히 드러난다~
너무 늦었기 때문에 더욱 선명하다.이것은 '본다'가 아니라 '보인다'의 세계이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나이 먹는 것을 그져 두렵기만 한데 늙기가 기쁨이라니!
삶의 대한 중도를  갖지않는 사람은 늙기가 기쁨이라는 말 뜻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제 갓 인생의 반을 살아온 나에게 늙기가 기쁨이라는 말이 과연...
공감이 될까...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영화 <말모이> 를 보고 김훈 작가는 칠곡 할머니들의 시를 읽고 소멸해 가는 사투리에 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P248~<할매 말 손자 말>
서울아들이
약목 말 쓰지 마라칸다.
할매 말 몬 알아듣는다꼬
약목 말 쓰지 마라칸다.
에헤이
나도 너거 말 모리겠다.
약목할매캉 서울아들캉
서로 모리 이일 우짜꼬.
독립영화 <칠곡가시나들> 할매들이 쓴 시집에 실린 박금분 할머님의 작품이다.
사실, 김훈 작가님이 칠곡 가시나들 시사회때 이 영화에 관한 평을 얘기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느꼈던 김훈작가님의  이 시대에 잊혀져서는 안될 일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직 머릿속에 남아있는듯하다.
P278~할매들은 감추거나  꾸미지 않는다.할매들의 글을 읽으면서  한 문명 전체가 여성의 생명에 가한 야만적 박해와 차별을 성찰하는 일은 참혹하다.그리고 그 야만 속에서도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존해온 할매들의 생애 앞에서 나는 경건함을 느낀다.
이 책들은 시대와 역사,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해서 근본적인 반성의 자료를  제공한다.
그 자료는 곧 할매들의 생애이다.
김훈작가는 시대적 희생양이셨던 할머님들의  문맹이 그져  개인의 무지에서가 아니라 고난에 찬 한 시대를 살아낸 할매들의 생명의 아름다움에 경건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김훈 작가의 책 <칼의노래>를 오래전 읽은 기억이 있다.
그가 쓰는 글은 한 편의 시와 같다.
사실적이면서도  적나라한 묘사와 함께 모든 사물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갈 수 있는 탁월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의 필체를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책표지에 있는 그의 글귀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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