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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

달자의 독서

by 오달자 2019. 11. 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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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것-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다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여덟단어>책을 읽다가  안도현 시인의
시 한편이 가슴속에 와닿았어요.
간장 게장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음식이죠.
사실,내륙지방에서 거의 30년을 보낸터라 간장게장은 그닥 맛보지 못한채
시집을 왔던거 같아요.
시가가 충청도 쪽이라 난생 처음 서해바다에
놀러도 가보고 서해 바닷가 음식들을
먹어 보기 시작했지요.
그 중에서도  제일은
단연코  간장게장 이라고말씀드리고싶어요.
간장속에 폭 빠진 꽃게들~~
간장 게장은 살아있는 채로 만든다지요.
살아있는  꽃게에게 팔팔끊인 간장을
붓다니....너무 잔인한거 아닌가요.
그렇게 잔인한 조리과정을 까맣게 잊은째
그져 밥도둑 게장이라할만큼
하이얀 쌀밥에  게장한가지면
두세그릇을 뚝딱할 수 있는 최애 메뉴.
간장 게장.

시인 안도현은  한겨레 신문  칼럼에 글을 기고하셨는데요~~
꿈틀거리는 꽂게를 게장으로 담글 때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입에서 침이 넘어간다.
그 때 죽음을 목전에 둔 꽃게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알을 품은  꽃게의 입장이라면?
그런 궁리를 하면서 시 한 편을 썼다.
-중략-
이 시를 읽고나서부터  간장 게장을 먹을 수 없다 라는 사람이 않아졌다.
미안하지만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내 시에  걸려든 것
나는 여전히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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