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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세월~~19 년....

달자의 일상

by 오달자 2020. 5.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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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휴무일이라 늦잠을 잤어요.
아이들 온라인 출석해야해서 깨워 주고는 저는 다시 눈을 부쳤어요.
일 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피곤한 건 왜일까요?

한 시간 정도 눈을 부치고 일어나서 쌀을 씻고 국을 끓이고 모처럼 전업 주부 역할을 하던 중~
깨톡이 왔길래 누군가....확인을 해 봅니다.

 

늦은 아침을 준비하던 중~~
남편으로부터 문자를 받았어요.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네요. ㅎㅎ
사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기억하고 있었는데,새로운 한 주가 시작 되면서 아예 제 머릿속에는 까맣게 잊어 버렸네요.ㅠㅠ
본인과 살아줘서 고맙다는 축하멘트가 살짝 양심에 가책이 느껴집니다.

사실, 제 성격이요.
대외적으로는 남들한테 잘하고 맡은 바 책임감 투철하고 정많아 사람들이 그닥 나쁘게 저를 평하지 않은듯...생각됩니다만,
정작 제일 가까운 사람한테는 제일 못하거든요.

조금만 힘들면 힘들다고 징징대는거 다 받아 주고, 기분 나쁘면 괜히 투덜 대고, 조금만 어슬픈 행동을 하면 핀잔이나 주고, 오죽했으면 아이들 왈~~~
"아빤, 뭘 해도 엄마한테 욕먹어."
마음은 안그런데 항상 말을 예쁘게 못해줘서 평소에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사는데 말이죠~~.

언제부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이들 다 장성하면 남는 건 부부 둘 뿐인데,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갈 숱한 나날들~~
나 아파도 제일 먼저 챙겨줄 사람도 남편뿐이고,
힘든 일 있을때마다 도움을 청할 이. 남편 뿐인데도 왜 그렇게 마음과 행동이 다르게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워낙에 경상도 사람이어서 표현에 서툴고 아니 인색하고 속마음을 잘 표현 못하는지라,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남편이 많이도 서운했을 때가 많았을꺼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오늘은요~~
얼굴 보고 말로는 표현 못할 속내를 잠시 전할까 합니다.

"항상 퉁명스럽게 대답해서 미안하고, 귀찮은 일, 몸 쓰는 일 시켜서 미안하고, 혼자 일찍 출근 하는데 제대로 눈도 못뜨고 입만 다녀오라는 인사 해서 미안하고,
나 일한답시고 휴일에 살림 다 맡겨서 미안하고,
허리 아프답시고 다림질 못해줘서 미안하고,
쓰레기 재활용통이 넘쳐나도 당신이 하겠지...하고 기다려서 미안하고, 평일 내내 외식만 하는 당신에게 휴일에 집밥 딱 한 끼만 해줘서 미안하고,
미안한 일 밖에 읍네구랴~~
앞으로는 미안해할 일을 줄이도록 노력해볼께요~
나와 함께 살아 줘서 고맙습니다."

매 년 결기에 특별한 용돈을 살포시 얹어 놓고 나가셨던 남편님~~
올 해는 어려우신지....
그 흔한 세종대왕 구경도 못했어요.
그런데도 기분이 안 나쁜건...
제가 나이 든 탓일까요?
ㅎㅎ

비록, 싸구려 와인에 집에 있는 안주가 전부인 초라한 결혼19주년 기념 파티이지만 마음만은 부자인 철모르는 부부가 사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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