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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삶으면마음이깨끗해진다.

달자의 일상

by 오달자 2019. 12. 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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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우리 어머니께서는 속옷을 많이 태우셨다.
팬티도  런닝셔츠도 심지어 양말까지~~~
이유인즉슨~~
속옷은  대소변을 보고 그냥 바로 입는거라서 소독차  삶어야하고 런닝셔츠도 땀에 쩔면 누렇게 변색되니까~~
흰양말은 왜 삶냐니깐~~
"아버지는 무좀이 있어서  너희들에게 안옮기려면 소독을 해야해~"

어릴 때는  그게 그리 싫었다.
매번 멀쩡한 옷들을  태우거나 빵구내거나 늘어지거나.....
심지어  내가 아끼던 속옷도 마구마구 삶으셨다.
어린 나는 그런 어머니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항상 삶는 일이 일상이 된 어머니는 삶는 냄비도 수시로 태우고선 진짜 위험한 상황도 당연히 있었으리라~~

세월이 흘러 흘러 나도 어느새 엄마가 되면서부터 삶는 나의 삶이 자연스레 시작되었다.
일단 수건과 속옷은 당연히 삶아서  사용했고  애기가 태어나서는  애기가 쓰는 모든 물품을 소독하고  옷들은 죄다 면옷들만 입혔다.
왜? 삶아야하니까~~
나도 모르게  나도 내어머니를 닮아가고 있었다.

볕 좋은 봄날 베란다에  삶은 수건이나 행주를 가지런히  널어 놓으면 기분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결혼전에는 몰랐었는데  시중에 나오는 세탁세제가 안좋은 성분이 많다고 해서  나는 친환경세제를 사용한다든지...
삶을때는  과탄산나트륨을 넣고 삶는다.
십수년전 옥**린 파동때도 무탈했었던건 나의 과민한 성격 때문이었으리라~~~

요즘 집에  행주가 없는 집이 많다고 들었다.
일회용 물티슈를 행주쓰듯. 걸레쓰듯 한다고...
물론  나 또한 급할때는 물티슈를 쓸때도 있지만 주방에서만큼은 대체적으로 삶은 행주를 사용한다.

지금은  아이들도 어느정도 크고  직장다니면서 예전만큼 삶는 일이  훨씐 줄었긴 했지만...
그래도 행주 삶는 일은 포기를 할 수가 없다.

어머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행주를 삶는 내내 불앞에 서 있는다.
얼룩으로 더럽혀진 행주가 뽀얗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내 마음의 얼룩도 지워지는 느낌이다.

요즘 편치 않은 내 마음도 행주 삶듯 뜨거운물에  푹푹 삶아서 마음의 얼룩 또한  깨끗하게 씻겨져갔으면......한다.

내일 이면  뽀얗게 뽐내는 하얀 행주가 바짝 말라져 있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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