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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장강명

달자의 독서

by 오달자 2019. 4. 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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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홍대 책의날 행사 북토크에서 강연을 들었던 장강명  작가의 수상작.

"한국이 싫어서"

연세대 공대를 나와 대기업 건설회사에 입사한 후 그만두고 나와서 언론 고시 라고 불리는 그 어려운 난관을 뚫고 동아일보 기자가 된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작가가 되겠다고  기자직도 던져버리고  1 년 6 개월간 작품에 몰두한다.
토크쇼에서  그 1 년6 개월이라는  기간은 와이프가 기한을 주었다고 했다.
마냥 무작정 작가가 되겠다가 아니라  기한을 둬야 작정하고 매달리게 되니  그리 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장강명 작가는  <표백>으로  한겨레 문학상도 받고 그 이후 <열광금지,에버로드>.<댓글부대>,<호모도미난스>등 많은 작품을 쓰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계나'는 지지리도 가난한 집의 딸 셋의 둘째딸이다.
겨우 겨우 증권회사에 취직해서  복잡한 지하철 출퇴근을 하면서  서른이 넘도록 알바만하는 언니와  무직이며 게임만 하는 여동생과의 한 방에서의 동거는 더이상  지긋지긋한 삶의 고리를 끊고 싶다는 생각을한다.

P11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중략
아프리카 초원 다큐멘터리에 만날 나와서 사자한테 잡아 먹히는 동물 있잖아.톰슨가젤.내가  걔 같애.남들 하는 대로  하지 않고 여기는 그늘이 졌네.저기는 풀이 질기네.어쩌네 하며 무리에서 나왖있다가 표적이 되는거지.하지만 내가 그런 가젤이라고 해서 사자가 오는데 가만히  서 있을순 없잖아.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은 쳐봐야지.그래서 내가 한국을 뜨게 된 거야.

호기롭게 호주로 간 계나의 삶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한국 이민자들은 호주사람들이  꺼려하는 일밖에 할 수가 없다.고된 육체노동을 하면서 영주권과 시민권을 얻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모습은 비단 한국의 지옥철에  끼여 출퇴근하던 계나의 삶과 그닥 나은 삶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렇게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떠난 계나의 삶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건가.
삶의 터전은  달라졌더라도  생존은 그져 생존일 뿐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때 20 년전 딱 내 모습을 보는듯 했다.
전공도 대학도 그저 그런곳을 졸업한 후 겨우 학원에 취업해서 일하는동안 박봉에 허덕였고 대우가 학원보다는 낫다는 말에 학습지회사도 3 년간  다녀봤는데 IMF라는 사태로 인한 실직을 나 또한 피할 수 없었던 터라 더이상 낭떠러지는 없다고 생각하고 모아둔 퇴직금으로 호주 유학을  가겠다고 선포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영어 하나만 해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와 나 또한 1998 년  한국이 너무 싫었기 때문에  어학연수 핑계로 일종의 도피성 유학을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유학원에서  다닐 학교와 숙소  이것저것 거의 준비가 다 될 무렵.부모님의 반대로 결국은  유학길은  좌절되고 말았지만..,
 지나고보면 호주에  간들 내 인생이 그야말로  꽃길을 걷게 되었을까...싶기는 했다.

P184~밥을 먹는 동안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 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거야.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거야.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계속 남아서 사람을 오랫동안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 줘.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어떤 사람은 그런 행복 자산의 이자가 되게 높아. 지명이가 그런애야. '내가 난관을 뚫고 기자가 되었다.' 라는 기억에서 매일 행복감이 조금씩 흘러 나와.그래서 늦게까지 일하고 몸이 녹초가 되어도 남들보다 잘 버틸 수 있는 거야.

한국에서의  전 남친과의  두 달 동안의 동거생활을 하고 난 후 두번째  이별을 고하고 다시 호주로 날아간 계나.
호주에서의 일상 또한 우여곡절을 겪게 되면서 금전적으로나정신적으로나 많은 피해를  보게되지만 그래도 계나는 한국으로 다시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은 하질 않는다.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어.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누구나 행복의  기준은 각 자 틀리다.
많은 부를 누리고 있어도  불행할 수도 있고 단칸 방에 살아도 행복해 하며 살 수 있다.
그 누구도 어떠한 객관적으로  그 사람이 행복하냐.불행하냐를  판단할 수 없는 일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라고  김민식 작가가 이야기한다.

오늘 하루  가족들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고  모처럼  온가족이 둘러앉아 즐겁게 한 끼 먹는것도 나에겐 커다란 행복이다.
내일은 또 어떤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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