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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

달자의 독서

by 오달자 2019. 6. 1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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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철학 아카데미 대표였던 김진영 선생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아침의 피아노>
문학과 미학,철학에 대한 성취의 노트이자 암 선고 이후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지나간 작은 사간들에 시선을 쏟은 정직한 기록으로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썼던 2017년7월부터 2018년 8 월까지 234 편의 일기를 담았다.어려운 사상가와 철학을  알기 위해 배우는 교양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 안에서 나오는 사유를 위한 공부를 귀히 여기라고 늘 당부했던 저자의 마음처럼 저자 자신과 세상과 타자를 사유하여 꼼꼼히 읽어낸 문장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제공 인터넷 교보문고)

폴 발레리와  롤랑 바르트가 쓰고 싶어 했던 모종의 책처럼 이 기록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써진 사적인 글들이다.때문에  이 책의 책의 자격이 없다. 하지만 한 개체의 내면 특히  그 개인성이 위기에 처한 상황 속 개인의 내면은 또한 객관성의 영역과 필연적으로 겨ㅃ치기도 하는 건이 아닐까. 가장 사적인 기록을  공적인 매개물인 한 권의 책으로 묶어보고 싶은 변명일 수도 있겠다.하지만 이 책이 나와 비슷 하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의 위기에 처한 이들에 조금이나마 성찰과 위안의 독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반드시  변명만은 아니리라.
-작가의 말.

투병 생활의 일상을 잔잔히 그려 가는 그의 글에는 어떠한  꾸밈도 어떠한 가식도 없이 군더더기 없는 그져 평범한 글이라고도 생각할 수가 있겠지만. 간간이  병증의 악화 정도에 따라  저자의  내면 세계를 이야기하는 대목에 짠한 마음이 들기까지 합니다.

첫페이지를 장식하는 글
아침의 피아노 베란다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나는 이제 무엇으로 피아노에 응답할 수 있을까.이 질문은 틀렸다.피아노는 사랑이다.피아노에게 응답해야 하는 것. 그것도 사랑뿐이다.-p11

더불어  글이 무엇인지도 알겠다. 그건 이 사건들의 정직한 기록이다. 글을 어떻게 쓰는 건지도 알겠다. 그건 백지 위에 의미의 수사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오선지 위에 마침표처럼 정확하게 음표를 찍는 일이다.
마음의 사건-그건 문장과 악보의 만남이기도 하다.-p50

담담하게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작가는 삶을 음악의 악보를 그리는것에 빗대어 작곡가가 오선지 위에 음표를 찍어 내듯 우리는 인생의  큰 그림을 음표 찍듯이  정직하게  그려내야한다고 말합니다.

P178~돌아 보면 살아온 일들이 꿈만 같아서 모두가 고맙다.나는 평생 누군가의 덕분으로 살았지. 나 자신의 능력과 수고로 살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안다. 갚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내가 가진 것들이 있다면 그건 모두가 내 건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다. 이별의 행복.그건 빈 손의 행복 아닌가.

작가는 생의 마지막에 더불어 살아옴에 대한 감사와 함께 남겨진 이들에 대한 고마움.그리움을 이야기하는데요.
임종이 다가온다는 두려움보다는 그 동안의 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게 하는 대목입니다.
P242~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그건 타자를 위한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병중의 기록들도 마찬가지다. 이 기록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도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다. 나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 진다.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

지난 달 일주일  간격으로 가까운 지인의 부고를 접한  나로서는 김진영 작가의 이야기가 남다르게 와 닿았어요.
과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덤덤히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진 저로서는 사실 하늘 나라로 간다는 건 하느님 곁으로 간다는 뜻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죽음을 다르게 받아 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요.
현생에 살면서 그렇게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은 일임은 분명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현재 투병중인 30 년지기 친구 생각이 많이 나서 사실...읽으면서도 책을 여러 번 덮었다.펼쳤다를  반복할 정도로 심경이 복잡했어요.
불과 몇 년전 불치병 진단을 받고 투병중인 제 친구는 사실.이 책의 저자처럼 자판을 두드릴수도 글씨를 쓸 수도 심지어 말한마디도 저와 나누지 못합니다.
그런 친구에게  병문안차  들릴 때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제가 그저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빨리 신약이 개발되어 친구가 완쾌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한데...그 동안 친구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겠지요.....
저 사느라 한동안 못 들여다본 친구에게  조만간 얼굴 보러 가야겠어요.
오늘 따라 그 친구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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