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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신혼 여행

달자의 독서

by 오달자 2019. 5. 2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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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책.
'한국이 싫어서'와 '댓글부대'를 읽은 후
 그 세번째로 읽어  본  에세이.
"5 년만에 신혼 여행"

손에 쥐자 마자 단숨에 읽고 말게끔 하는 장강명 작가 특유의 문장력은  과히  놀라울 만 합니다.
저자 역시  특이한 이력으로  작가가 되었는데  공대를 졸업하고  유명 건설사에 입사했다가  언론 고시를 보려고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고 합니다.
사표까지 던져 시험을 보았던 언론사는  낙방을 하고 이후 동아일보 기자로 당당하게 국회출입 전문 기자 타이틀을  갖고 기자직에 몸담게 되는데요.
그러다가  기자직도  뿌리치고 나오게 됩니다.
P20~그러다가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는데 그날 나는 국회 기자실에서 일하다가  전화기 전원을 끄고 그냥 집에  가버렸다. 그 길로 10 년 근속 휴가를 신청하고 휴가가  끝날 때 사직서를 제출했다. 물론 황당하고 무책임한 행동이었다.그런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 한동안 누구의 전화도 받지 않고 회사 선배나 동기나 후배와도 만나지 않았다.
'난 왜 이렇게 사고 뭉치일까? 이렇게 좌충우돌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인 걸까?라는 생각을  수천 번도 넘게 했다.
장강명 작가는 이미 기자생활을 하면서 등단한 작가이기때문에 사실 겸직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었을텐데....
그는 아내에게  딱 1 년 반만 시간을 달라 하고  글쓰기에 완젼 몰입을 하였어요.
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걸까?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마흔이 되어서까지 그런 걸 고민한다는 게이상했다.
순간. 내 얘길 하는 것 같았어요.
물론  내가 성공한 삶이라고는 단정지어 말할 순 없어도 늘 살면서 드는 의문이지요.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이렇게 사는게 맞나?
나이 오십을  바라보면서 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고 사는  나 자신의 거울을 보는 듯 했어요.

'5 년만에 신혼여행'  은  장강명 작가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에요.
극심한  양가  부모님의  반대를 접어 두고  둘만이 시작하는 결혼  생활.
혼인신고만 하고 작가의 원룸에서  같이 살았다는군요.
서로에 대한 굉장한 믿음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두 분의  결혼 결심이 대단하다고 생각돼요.
이 책의 서두에 <한국이 싫어서>의 이야기가 아내이야기자 본인 이야기라고 밝히는 대목에서  갑자기 빵 터졌어요.
제가 그 책을 읽은지  얼마 안됐는데. 책의 여주인공이 아내 얘기라는  게 신기했어요.
혼인 신고만을 하고  결혼 생활 5 년만에  보라카이로  신혼  여행에서의 에피소드를 얘기한 이야기인데요.
제가 보라카이 어느 리조트에서  작가와 함께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책에는 3 박5일의  보라카이에서의 하루 하루를 상세히  묘사했는데요.
저도  보라카이 가서 선셋 세일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
선글라스를 쓴 채로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있으니 정신이 다시 멍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왜 사람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다니는지,왜 자전거를 타고 왜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며 러닝하이를 느끼려 하는지.
사람들은 멍해지려고 그런 일들을 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해변에 오거나 죽도뢰 달린 뒤에야 '생각하기'로부터 잠시 해방될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에 무한 공감이 갑니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이 되어서야 좀 더 재미있는 여행이 될 수 있었을텐데...하고  우리는 아쉬워합니다.
나는  이 여행이 인생에 대한 비유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여정의 중반을 넘기고서야 어떻게 하면 시간을 의미 있고 즈럽게 보낼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다시 한번 처음부터 시작하면 진짜 잘 할 수 있는데, 생각 하면서.(P197)

누구나  생각하지요.
내가 10 년  20년만 젊었어도...
내가  학창시절만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
지금과 다른 삶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가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욕심  아닐까요.
진짜  과거로 돌아간다면  훨씐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요...
지나온  과거로 못돌아가느니  지금 현재.아니 다가올 미래로 향하는 내 삶의 태도가 의미있고 소중하게  보내는 게 현명한 선택일것 같아요.

2016 년 현재 장강명 작가 부부는  보라카이 신혼 여행이후로 한번도 안싸우고 잘 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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